[오피니언 = 한국인터넷기자클럽] 한국뉴스통신 강현희 칼럼 =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첫 번째 맞이하는 운동회에 초대를 받았다. 기억을 회상해보니 80년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운동회는 참 많은 것을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각종 민속놀이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참여하는 계주경기까지, 공연비슷한 부채춤과 곤봉체조까지 다양한 준비가 있었고, 부모님과 함께 2인 3각 경기를 하다가 넘어진 장면은 지금도 또렷히 기억이 난다. 특히 청팀과 백팀으로 나누어 진행한 대형 기마전? 은 협동게임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운동회가 끝나면 꼭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까지 있다.

요즘 운동회는?

대행업체에 맡기는 학교도 있고, 직접 준비해서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 필자가 직접 체험한 이번운동회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학교이다. 아마 학교에서 직접 준비하신거 같다. 초등체육의 현주소와 현대사회의 운동회에 대한 관심은 아들의 달리기 실력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치 보다 컷기에 모든 광경을 시야에 담기위해 노력했다. 필자가 느낀 그대로의 느낌을 5가지로 분류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5가지 키워드가 '모든 학교가 이러 이러하다' 라는 일반화는 절대 아니다.  일반화의 오류가 존재함을 밝힌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를 띄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다소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기에 학교를 밝히지 않았으며, 비판적인 시각이 학교체육과 운동회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희망한다.

첫 번째, 운동회인가? 운동박람회인가?

운동회를 마친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지루했어요’. 아들친구에게 물어보았다. ‘힘들었어요’. 필자가 봐도 지루하고 힘들었을거 같다. 1학년 기준으로 참여한 것은 ‘달리기’ ‘놀이마당’ ‘계주경기’ 3가지였다. 개인으로 치면 한명 당 참여하는 시간이 2분도 되지 않았다. 약 40미터 달리기 10여초 – 청팀 백팀 공 많이 넣기 1분 - 투호 2개 던지기 10초(루틴 없이) – 원반던지기 1개씩 5초(루틴 없이) - 공 옮기기 릴레이 약 15초를 체험하기 위해 아이들은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을 운동장과 주차장에 앉아 대기했던 것이다. 그나마, 계주에 참여한 아이들은 10초가 늘어날 것이다. 통과의례식의 체험장같았다. 각 코스마다 부스가 설치되었다면 박람회로 오해받기 충분했다. 화장실은 건물안에 있는데 1학년 이다 보니 1명이 가고 싶으면 모두가 이동해야 하는 대 참사를 눈으로 목격하기도 하였다.

2개의 투호를 던지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
2개의 투호를 던지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

 공개체육수업도 아니고 축구같은 경쟁스포츠에 초대가 된 것이 아닌 운동회에 초대했으면 아이가 운동하는 것을 보여주었어야 하는데, 부모들이 목격한 것은 아이들이 대기하고 또 대기하는 것이었다.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비가 더 많이 필요했으면 좋았을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장비에 아이들은 조준도 못해보고 그냥 던지기에 바빴다.  골인? 된 투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6개 학년을 운동장과 작은 주차장에서 모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으로 이해한다. 

두 번째, 아이들을 배려하는가?

교사들은 학부시절 '교사지식'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을 참여하는데 있어 어떠한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가? 에 대해 배운다. 특히 체육수업은 주변의 안전과 학생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개인 달리기가 끝나고 단체경기(바구니에 공많이 넣기/팀경기/유일한 협동경기)가 시작되는데 필자에 눈에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옆에 있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이 경기에서 누군가 반드시 다칠거야”.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명이 직각으로 넘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아래사진 참조/중앙아래쪽 넘어진 아이). 내가 다친 아이의 부모였으면 많이 화가났을거 같다. 아이들이 운동하다 다치는 것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조금의 배려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열이상의 종대나, 횡대로 서서 한꺼번에 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한 아이가 넘어지면 뒤따라오던 아이도 넘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도미노현상을 생각해 보면 쉬울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아 보였다.

(넘어진 아이는 괜찮을까?)
(넘어진 아이는 괜찮을까?)

또한, 초대된 학부모들은 관람만 하며 물이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있고, 썬캡이나 선그라스를 착용하였다. 어린이들을 인솔하는 교사도 마찬가지이 자외선을 막기위한 조치는 완벽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외선에 노출되어 있고 갈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3시간 중 딱한 번 우유를 간식으로 주었지만 우유를 먹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결국 엄마들이 아이들의 틈바구니에 들어가 물을 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필자가 물을 사서 아들에게 던져주었더니 주변에 친구들이 한모금만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셋째, 교생들이 오는 시즌에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교대나 사범대의 교육실습생들은 4월 또는 5월에 많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교생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교생들이 있으면 보조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운동회가 더욱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고, 한명의 소변을 위해 모두가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체육교생으로, 특수교사 교생으로 2번 참여하여 보조역할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 또한 교생들에게는 좋은 체험이 될 것이고, 학교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넷째, 부모들의 역할은 어디까지 인가?

작년에 한국체육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운동선수 부모의 뒷바라지' 를 논한적이 있다. 축구주말리그 현장에서 나타나는 부모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독일의 스포츠현장을 예로들며 ‘독일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플레이와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0m가 떨어진 곳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강현희, 최덕묵, 엄혁주, 2016) 라고 밝혔다.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아이들이 코스를 옮길 때마다, 그리고 아이들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아이들이 벤치에 앉기 위해 이동할 때 마다 부모들은 졸졸 따라다녔다.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10m가 안되는 곳에서 아이들의 줄넘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교육 현장에도 이렇게 까지는 안한다. 지정된 장소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부모가 있으면 어떠한 형태로든 분명한 영향을 끼친다. 집에서 하는 행동이 나온다던지,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섯째, 지역사회 사교육 체육기관과의 연계는 어떠한가?

필자 눈에는 전문가의 진행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체육전담교사, 스포츠강사, 특기적성강사 등이 있겠지만 제일 아쉬웠던 것은 유럽이나 미국사례처럼 지역사회 스포츠 교육기관과의 연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학교 주변에 태권도장이 8개이고, 합기도장이 2개, 축구클럽이 3개가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체육지도자 2명만 나와서 재능기부를 하면 어떠했을까? 회사나 체육관 홍보도 되고 참 좋았을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지역사회 초중고등학교 운동회에 많은 봉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을 받으면 거부할 명분이 없다. 하루 오전 정도는 충분히 봉사할 수 있는 마인드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학교장이 지혜롭게 활용하면 더 좋은 운동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 학교체육에 대한 우려

얼마 전, 경기도 교육청이 '교육부가 운영하는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는 기사를 접하였다. 또한 세월호 이후로 한창 대두되는 생존수영 때문에 부모들은 또 다른 사교육을 걱정해야 한다. 부모들은 제대로 된 체육은 학원에서 시키고, 주요과목이 아니다 라는 인식이 뿌리박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리고, 운동회에서 목격한 어설픔은 이러한 걱정을 배가 되게 만든다.

결론, 100m를 달리는 스프린터는 10초 안에 끝나는 경기를 위해 수년을 피땀흘려 준비한다. 자신의 분명한 목적과 목표가 있기에 그러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목적을 느끼지 못한채 3시간을 대기하며 2분 가량 운동에 참여하였다. 이것에 일반화의 오류는 있겠지만 학교체육에서 실시하는 운동회의 실정이 아닌가? 반성적인 의미에서 이글을 쓰는 필자를 비롯해 체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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