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뉴스통신] 강현희 칼럼 = 몇 년 전 올림픽파크텔(송파구)에 있는 체육인재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는데,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볼 만한 운동선수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뷔페식당이기에 음식을 뜨기 위해 줄을 섰다가 앞에 있는 선수에게 여기서 무얼 하는지 물어보았다. 은퇴선수를 돕기 위해 대한체육회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라고 했다.

글쓴이는 박사 공부 중에 진행한 연구를 위해 은퇴선수들을 만나 면담 한 일이 있다. ‘재사회화’, '탈사회화'를 실제적으로 경험하는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본 것이다. 선수들은 운동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기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운동에 관한 지식과 운동 기능이 전부인터라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었다.

특히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기자 회견을 하거나, 은퇴 경기를 열어주고, 팬들에게 박수받으며 떠나는 사례는 유명 선수들만 누릴 수 있는 특혜이고, 그나마 지도자 자리를 얻어 취업하면 다행이다. 지도자로의 재사회화는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 어려움의 측면에서 전혀 다른 분야로 진출보다는 나은 편인데, 스포츠 선수로의 경험과 암묵적으로 쌓아온 지식과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자격증을 획득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지도자로 재사회화를 이룬다 하여도, 크게 성공하기가 쉽지 않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가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운동선수들이 운동만 하다가 전혀 다른 세계로 입문하면 그 불안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운동선수를 경험함으로 획득한 ‘운동기술’, ‘체육이나 스포츠 지식’ 등이 일반 사회에서는 크게 쓰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명 선수들은 은퇴하면서 방송 분야(스포테이너;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 등)나 해설 분야, 많은 연봉을 통해 사업 분야로의 진출하기에 쉽지만, 무명 선수나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은퇴 후 ‘재 사회화’를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최근 글쓴이는 ‘탈 사회화’의 경험을 하였는데, 글쓴이가 속한 집단의 여러 사람이 함께 경험하였다. 그 이유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탓에 운영중인 스포츠 센터가 7주간 장기적으로 휴관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장이기에 책임감을 느끼고 다양한 일에 도전한 것이다.

제일 많이 도전한 것은 택배업이다. 새벽에 나가 물건을 배달하는 일, 물건을 하역하는 일 등을 하고 하루 일당 약 5만원에서 10만원까지...

-센터 회원들을 태우는 차량에 택배가 가득하다-
-센터 회원들을 태우는 차량에 택배가 가득하다-

각자 얼마를 벌었고, 재밌는 경험을 했다는 경험담이 단톡방에 가득했다. 어떤 이는 벌목현장에도 나갔고, 운전하는 일도 하였다. 제과점에서 물건을 납품했다는 경험담도 있다.

아마도 1주~2주 정도면 다시 우리 일에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3주..4주..5주를 넘어 7주간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던, 영화에서나 볼만한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이다.

휴관 기간 직원들이 모여 회의나 자체 연수를 가질 때면,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서로의 경험담을 말하며, ‘탈 사회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불안한 마음을 던져주는지 이야기하기에 바쁠 정도였다. 수년 동안 스포츠를 지도하고 운동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배달 일, 몸 쓰는 일이 전부인 것이다.

탈 사회화의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과거에 어려움을 토로했던 운동선수들에게 괜히 미안함을 느낀다. 그들과 같은 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입장의 동일함’은 그들을 더욱 이해하고,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탈 사회화’를 경험한 직원들은 “돈 100만원 벌기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우리가 행복한 사람들이었어요”라는 말하며, 이 일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등의 ‘자기-반성적(self-reflection)’인 사고로 이끈 것이 바로 코로나 19를 통한 탈사회화의 교훈이다.

코로나 19는 정말 큰 피해를 던져주었다. 왜 이렇게 힘들게 했는지, 경제적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어떠한 노력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 수조차 없고, 국가의 지원이 아주 고맙다고 피부로 느끼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를 비롯한 스포츠 지도자들은 깨달은 바가 있다.

선수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인도해야 하는지 잠깐의 ‘탈 사회화’를 경험하면서 크게 깨닫게 된 것이다. ‘운동이 운동으로 멈추면 안 된다는 것!’

운동을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스포츠라는 사회를 이탈할 경우까지 대비하고, 공부를 강조하며, 영어 공부를 시키고, 운동 이후의 삶을 대비케 하는 것이 코로나를 통해 깨달은 지식이다. 예체능의 ‘능’의 의미가 과거에는 예술과 체육의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했다면, 현대 사회와 미래사회에는 단순한 운동의 기술이 아니라 삶을 의욕적으로 살아 낼 수 있는 능력까지 키워주는 ‘능’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것이 스포츠 지도자들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교육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쓴이의 지인중에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가 있다. 자신을 지도하는 감독은 쉬는 시간이면 선수들에게 온전한 휴식보다 공부를 많이 강조한다고 하였다. 봅슬레이더의 삶이 멈추었을 때, 꾸준한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봅슬레이 대표팀에는 석사과정을 끝내거나 과정 중에 있는 선수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팀을 이끄는 감독은 박사학위 소지자였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현장 지도자가 직접 모범을 보일 때, 선수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조할 수 있는 것이다. 말로만 제도적으로만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현장 지도자가 모범이 되어야 학생들을 움직일 수 있다. 하나 더 예를 들자면, 글쓴이의 박사 논문에 등장하는 참여자는 체육 교사이며 배구 종목의 국제심판이다. 학생 운동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평소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국제심판 자격증까지 취득 한 것이다.

대한체육회에서 제공하는 은퇴선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운동선수로 활동할 때, 운동선수로 시작할 때부터 운동이 전부인 삶을 강조했던 과거의 사고방식을 탈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지도자가 이러한 생각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왜냐면 모든 운동선수가 손흥민이나 김연아처럼 될 수 없기 때문에,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다음 사회화를 위해 무엇인가 교육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최저학력제도, 은퇴선수교육프로그램에만 의존하면 안되다.

그 시작은 지도자 ‘스스로 모범’이 되는 것일 것이다. 시범 잘 보이는 모범이 아닌, 삶 속에서 실천으로 시범을 보이는 지도자가 필요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지도자 교육에 지도자의 핵심 역량으로 제시하는 'Demonstration' 의 의미도 시범이 아닌 실천에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글쓴이

-강현희 박사(스포츠 교육학/퍼스트 스포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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